벚꽃이 한창 핀 지난 주말,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현재 격리 3일차

백신도 3차까지 맞았고, 집-회사-집-회사가 일상인데 어디서 걸렸는지도 확실치 않아서 깝깝하다. 

4월 9일 토요일 아침에 냥님 밥 주려고 7시쯤 눈을 떴는데 두통이 쎄하게 왔다. 

그 전날에도 두통이 약하게 왔었는데 요 며칠간 신경을 쓰던 업무 때문에 온 스트레스성 두통이라고 생각했다. 

두통약을 한 알 먹고 '다시 자면 괜찮겠지' 하고 누웠다가 11시에 깼더니 두통이 꽤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몸 상태가 이상했다. 목도 잠기고... 그날 저녁에 약속이 있었는데, 가기 전에 아무래도 확인을 해봐야겠다 싶어서 자가진단 키트를 꺼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난 코로나가 아닐 줄 알았다... 지난 주에 유독 스트레스가 심한 업무도 하나 있었고,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환절기에 옷을 얇게 입어서 퇴근길에 몇번을 바들바들 떨면서 온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냥 몸살이 났을 거라고만 생각했다. 지난주에 회사에서 한 분이 코로나에 확진되긴 했지만, 나는 직후에 한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이 나왔고 열흘 가까이 아무 증상이 없었어서 코로나일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더 충격적이었던 자가진단 결과... 

 

채취한 검체를 똑똑똑똑 떨어뜨리자마자 t자에 선명하게 줄이 생겼다..

이게 무슨 일이야... 

곧바로 병원에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했고, 양성 판정을 받아 약도 처방받아서 집에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는데 정말 너무 우울했다.. 하필이면 벚꽃이 활짝 핀 주간에 격리를 해야 한다니.. 

저녁 약속을 취소하는 것도 너무 짜증나고 서러웠다. 한달에 한두번 약속 잡을까말까 하는 중인데...

코로나 상관없이 잘 놀러다니는 사람들도 많은데, 집순이마냥 살던 내가 왜...? 

여튼 그래서.. 토요일부터 격리생활에 들어갔다.

같이 사는 냥님 외에 동거인이 없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와서 얼마 안 있다가 보건소에서 이렇게 문자가 왔다. 

이 문자를 받으니 제대로 실감이 났다.

아 나 코로나 걸렸구나.. 이제 꼼짝없이 격리해야 하는구나... 

벚꽃들아 이번 봄은 안녕.. 

 

#코로나증상

격리 1, 2일차에는 정말 두통과 오한, 인후통이 한꺼번에 몰려와서 죽을 것 같았다..

격리 3일차인 오늘, 두통과 오한이 많이 사라졌다. 또 다행히 아직까지는 후각이나 미각 상실도 없고 인후통이 심하긴 하지만 뭔가를 아예 못 삼킬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몸에 한기가 차는 느낌이 좀 있고, 목이 따끔따끔해서 말을 길게, 그리고 크게 할 수가 없다. 

목도 엄청 잠겨서 내 목소리가 내 목소리가 아닌 상태... 

그나마 쿠팡에서 주문한 스프레이형 프로폴리스를 목에다 뿌리고 나니 통증이 좀 가라앉는 것 같다. 근데 하품하거나 재채기하거나, 침을 삼킬때면 얄짤없이 아프다.

코막힘도 어제에 비하면 좀 줄어든 것 같고..그렇지만 기력이 없어서 아침에 잠시 냥님 밥 챙기고, 약을 먹기 위해 시리얼을 한 그릇 꾸역꾸역 먹은 후에 다시 오후 1시 넘어서까지 쥐죽은 듯이 잤다. 거의 하루종일 잔 것 같은 기분... 인데 또 잘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 쓰는 글도 소파에 기대어 자꾸만 어디로 가려는 정줄을 붙잡은 채 겨우겨우 쓰고 있다.. )

 

#코로나잠복기

사실 나는 잠복기가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이 안된다.. 약한 두통이 생긴 게 검사 하루 전날이었고, 원래 체질상 (그리고 성격상) 스트레스 받거나 잠을 제대로 못자거나 하면 두통과 미열이 올라오곤 했기 때문에... 감염소재로 의심되는 곳이 정황상 딱 한 군데 있긴 한데, 그게 거의 열흘 전이다. 오미크론 잠복기는 1-2일, 길어봤자 3-4일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진작 증상이 나타났어야 하는 것 아닌가.. (병원에서 오미크론이라고는 하지 않았지만 요즘 확진되면 거의 오미크론이라고 하니.. 그리고 심한 인후통을 동반하는 걸 보아 오미크론이 맞는 것 같다.)

 

여튼 이제 격리 3일째인데.. 원래 좀 집순이라 격리 자체가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벚꽃은 여전히 아쉽다) 사실 잠이 너무 잘와서 (아니면 기력이 빠진건가...) 낮 시간이 금방 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아파서 쉬는 김에 그동안 제대로 못 잔 잠을 몰아서 자는 것 같기도 하고... (이참에 실컷 자자는 긍정적인 마인드) 

격리기간에도 재택근무로 일은 할수 있는데, 일단 내일까지는 휴가를 내고 쭉 쉴 생각이다.

격리 해제된 이후에도 급격한 체력 저하 등 후유증의 가능성이 있다고 하니 일단은 몸을 챙기는데에 집중하려고 한다. 

같이 사는 냥님은 집사가 말을 많이 못하니까 엄청 심심한 눈치다. 참고로 고양이들에겐 코로나 바이러스가 옮겨가도 무증상이라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냥님과 마주할때는 항상 마스크를 쓰고 있다... 그냥.. 내 냥님에게 바이러스가 옮겨간다는 게 참을수가 없어서) 

이제 격리 4일 남았는데 인후통이 좀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다. 

어제인 5월 14일(금) 오후 14시 경에 아스트라제네카 1차 접종을 완료하고 올려보는 후기.
 

백신 맞기 전에 하도 부작용에 대한 얘기가 언론에서 나오길래 불안감이 증폭되었다가, 블로그 후기들을 찾아보니 접종 후 여러 반응은 있었지만 무사히 회복되었다는 내용을 보고 마음의 안정을 좀 찾을 수 있었다.
 

'젊은 사람들도 이렇게 많이 맞고 다 멀쩡한데, 나도 젊고 건강하니까 괜찮겠지' 라는 생각으로 1차 접종을 드디어 하고 왔다.
 
원래 정상적인 시국이라면 해외 출장을 많이 다니는 직종에서 일을 하고 있다.
 
지난 해 말에는 백신 접종 없이 출장을 다녀왔었는데, 올해는 필수 업무 건으로 해외 출장을 가야 하는 기업인의 경우 백신 우선접종 신청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회사에서 4월 중순 경 기업인 대상 백신 우선접종 신청을 완료했다.
 
그리고 지난 주, 문자가 이렇게 왔다.

회사가 속한 구의 보건소에서 온 백신접종 안내문자

 
백신 신청하면 언젠가 맞겠거니 했지만 막상 접종 안내 문제를 받으니 매우 떨렸다...
 
이왕 맞는거면 빨리 맞자는 생각에 5월 14일 오후로 냉큼 신청하고, 오후 반차를 내어 보건소를 갔다.
 
떨려서 제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접종 당시의 보건소 사진은 없다.... T^T
 
예약했던 14시 조금 전에 보건소에 도착해서 문진표를 작성하고 열체크를 했다.
 
그런데 접종일 이전에 거의 3일 간 밤잠을 설쳤더니 처음 열체크할때 37.2도가 나와서 식겁했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미열이 올라오는 체질)
 
열체크 해주시는 선생님께서 더운 날씨와 긴팔 겉옷 탓도 있는 것 같다고 하시며, 10분 뒤쯤에 다시 열을 재주셨고 다행히 36.8도가 나왔다.
 
백신 맞기 전에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오라는데... 조금 걱정이 됐지만 평소에 건강한 편이고 (춤과 저녁 달리기를 좋아함), 어차피 오늘 반차냈으니 집에 가서 내리 잘거니까 괜찮을거라며 스스로 생각하며, 14시 20분에 드디어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_+
 
그리고 당일에는 접종 부위만 아픈거 빼고는 매우 멀쩡했다.
 
그렇지만 다음날부터가 두통+오한+발열+메스꺼움 등의 증상들이 나타난다길래 미리 이렇게 침대위를 세팅해 놓았다.

물, 해열진통제, 일회용 체온계, 태블릿, 이어폰, 조명, 선풍기 리모콘 등

 
체온계는 미처 구비를 하지 못했었는데, 팀장님께서 지난 출장 후 자가격리때 쓰고 남으신 일회용 종이 체온계가 있으셔서 얻어왔다.
 
백신 접종 당일, 17시 30분에 미리 타이레놀 2알을 복용했다. 해열진통제는 아미노아세트펜 계열로 복용하는걸 권장한다고 한다.
 
18시 20분에 체온을 쟀더니 37.2도였지만 두통 등 다른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밤 10시 경부터 경미한 두통 증상이 시작됐다. 10시 50분쯤 되었을 때 타이레놀 1알을 추가 복용했고 체온은 여전히 37.2도였다.
 
그리고 접종 후 14시간이 지난 5월 15일 토요일 새벽 4시 10분경, 두통과 오한 증상으로 잠에서 깼다. 체온을 재보니 37.9도가 나왔다.

체온을 알려주는 종이 체온계

 
입 안 혀 아래쪽에 1분간 체온계를 넣고 있으면, 초록색 동그라미가 검은색으로 변해서 체온을 알려준다. 사진으로는 잘 안 보이는 것 같은데, 이때 왼쪽 칸의 초록색이 모두 검은색으로 변했었다. 그리고 접종 부위인 왼쪽 팔이 엄청 뻐근했고 지금도 건드리면 아픈 상태다.. 멍은 들지 않았는데 속 멍이 든 것처럼 아프다.
 
그리고 한 가지 특이점은, 온 몸의 아픈 곳이 드러나는 느낌이다. (나만 그런가?)
 
지난 월요일에 운동을 하다가 오른쪽 팔 안쪽을 스스로 퍽 쳤는데 그 부분에 멍이 올라왔다. 이건 그냥 때가 돼서 멍 색깔이 나타난 것인지, 백신 접종으로 원래 아팠단 곳이 드러난 건지 몰라서 모니터링 일지에 일단 기록을 해놓았다. 다행히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에는 멍 색깔이 옅어지면서 거의 사라졌다. 역시 그냥 우연히 타이밍 맞게 올라온 멍이었나 보다.
 
다시 까무룩 잠이 들었다가 오전 7시 30분경 깨어나 두통을 느끼며 다시 타이레놀 2알을 복용했고, 11시 40분 경부터는 체온이 36.9도로 내려갔다.
 
두통의 강도가 계속 오르락 내리락 해서 12시 30분 경에 다시 타이레놀을 1알 복용하고, 이후로 쭉 자다가 다시 17시 30분에 간단히 저녁을 먹고 다시 타이레놀 2알을 복용했다. 이때 체온이 37.3도.
 
열이 내려갔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올라간 체온을 보니 좀 겁이 나지만, 이외에 다른 특이사항이 없어서 그런지 별로 걱정은 안하고 있다.
 
일단 지금까지 접종 후 28시간 30분 가량이 경과한 상태로, 두통과 새벽에 왔던 오한 외에 특이사항은 없다. 현재 체온은 37.2도이다.
 
접종 하면서 팔을 걷을때 하도 겁먹은 눈을 하고 있었는지, 주사 놔주시는 선생님께서 지나친 불안감이 오히려 경미한 증상을 증폭시킬 수도 있어요~ 너무 불안해하지 마세요, 괜찮으실 거예요! 라고 해주셨는데 그 말을 들으니 어쩐지 안심이 되었다.
 
언론에서 나오는 부작용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확률적으로 매우 낮은 수치라고 하니, 마음을 편히 먹고 어서 시간이 흘러 이 두통이 사라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두통외에도 구토, 메스꺼움 등 소화와 관련된 부작용들도 있다고 하던데 다행히 그런 증상은 아직까지 없고 밥 챙겨먹는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심지어 밥도 잘 먹.... ㅎㅎ
 
한가지 아쉬운 건 격하게 움직이면 머리가 울려서, 이 녀석과 격하게 놀아줄 수가 없는 것...

낚싯대를 빤히 바라보는 녀석
낚싯대 흔드는 힘없는 손

 
지난 연말부터 가족이 된 이 녀석을 봐서라도 빨리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기를.
 
코로나 백신은 접종 후 48시간까지 집중적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해서, 내일 오후까지는 나타나는 증상들을 쭉 모니터링하며 기록해놓으려고 한다.
 
코로나 백신 후기는 내일까지 지켜본 후 다시 업데이트하러 돌아올 예정 !


🆕48시간이 지난 5월 16일(일) 밤 11시 업데이트🆕
오늘 14시 20분 부로 접종 후 정확히 48시간이 지났다.
오전까지는 두통이 지속되어서 이게 계속 안 사라지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도 점심 시간 이후쯤 되니까 많이 가라앉았다.
 
다른 분들의 후기를 찾아보니까 열이나 두통이 며칠씩 지속되는 경우도 있는 모양인데 나는 일단 4-5시간 간격으로 해열진통제를 먹었다. 약 덕분인지 두통이 있긴 했지만 죽을 것 같은 정도는 아니었고 열도 38도 가까이 올라가긴 했었지만 잘 가라앉아 지금은 오전 이후로 정상 체온 유지중이다.
 
백신접종 후 일반적으로 나타난다는 증상 외에 다른 심각한 증상은 나타나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치만 접종 후 몇주 정도는 몸 상태를 잘 살펴보라고 하니 당분간 음주와 지나치게 격한 운동 등은 자제할 예정이다.
 
평소에 특별한 질병이나 알러지 등은 없고, 기초체력이 그렇게 탄탄하지는 않지만 운동을 그래도 꾸준히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래도 가끔은 컨디션이 안좋아지면 골골대는 편이라 백신 접종 후의 부작용에 대해서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다행히 별 일 없이 지나갔고 신체 중 딱히 불편해진 곳도 없다.
 
백신 접종에 대해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뭐 부작용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니 안심하시라고 확언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같은 쫄보도 맞았는데!! 너무 걱정부터 앞세우실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2차 접종후에도 별 탈없이 잘 지나갈수 있기를 바라며..
 
코로나 백신 1차 접종 후기 끝-

블로그도 잘 들어오지 않게 되고, 딱히 글감에 대해서도 생각 정리가 안되는 요즘.

새해라서 설레기보다는 그저 2020년부터 너무나 바쁜 업무의 연장선상에 놓여져 있는 기분이다.  

조만간 마감예정인 보고서 두 개를 앞두고(그리고 2월에 보고서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 최근 한 달은 그 두개의 보고서에만 집중해도 모자랐을 것 같은데, 자꾸만 다른 일들이 생겼다. 

예를 들면 해외출장이라던가... (이 코시국에 비행기타고 출장 다녀온 사람 나야 나...)


11월 말부터 2주의 해외 출장, 입국 후 2주 동안의 자가격리 그리고 나홀로 보낸 2020년의 연말. 


덕분에(?) 거의 한 달간 회사 사람들과의 업무 콜 혹은 화상회의로 업무를 해왔다. 사실 코로나가 더욱 심해진 지금도 업무환경은 별반 달라진건 없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자유롭게 사람들을 못 만나는 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라는 걸 요즘 더더욱 느끼고 있다. 

코로나 때문이 아니더라도 최근 일터에서도 번아웃이 와서 더욱 힘이 든다.

마감일이 다가오는 일들이 쌓여있는데 그 와중에 새로운 일이 자꾸 생기고, 그걸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서 잘(?) 해보자"는 건 대체... (말잇못)

나도 내가 아직 업무에 있어서 미숙한 부분이 많다는 걸 알지만, 일이 계속 늘어나는 것을 그저 '업무 프로세스와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만 해서 제 시간에 끝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니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든가.. 예를 들면 밤을 며칠 동안 꼴딱 샌다든지... 

근데 나는 그렇게는 못 사는 인간이라.. 밤을 며칠 새서 제대로 된 퀄리티의 보고서를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그런 일은 뭐 앞으로 남은 2주동안 해봐야 알겠지만, 그걸 앞으로도 계속 한다고 생각하면 난 이 바닥에서 도저히 오래 버틸 자신이 없다.. 

여튼 그렇다 요즘 나의 상태는.. 이 글을 쓰고 난 이후에도 아마 보고서 하나를 어떻게든 오늘 70%라도 끝내기 위해 끙끙대고 있을 예정이다. 이런 번아웃 상태에서도, 나머지 두번째 보고서도 끝내기 위해 달려들겠지. 

마음 상태가 예전같지 않다는 생각에 블로그를 들어와 일단 뭐라도 주저리주저리 써본다. 이 또한 나중에 돌이켜보면 무슨 글감이 또 나올까 하여. 어쩌면 이 정체(停滯)와 우울함의 시기를 어떻게든 벗어나고자 하는 발버둥일 수도 있다. 

어쩐지 나사 하나가 빠진듯한, 그래서 자꾸만 삐걱거리는 마음을 다잡아보기 위한 발버둥..

조만간 급한 일들을 좀 마무리하고 나면, 그제서야 신년 계획을 세워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때 나는 아마 선택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 내가 몸 담고 있는 이 분야에 남아있을지, 아니면 진지하게 방향을 틀 준비를 할지. 

방향을 트는 데에도 아마 엄청난 용기와 노력과 약간의 운이 따라줘야 하겠지만, 확신이 드는 방향이 있다면 최대한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면서.. 어떻게든 그쪽으로 가기 위한 플랜을 세우게 될 것 같다.

지금은 일단, 보고서를 끝내자. 초안 마감이 D-7, 최종 마감은 D-14니까 일단 달려보자. 

[개인 취향 주의]

최근에 설민석씨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고대사에 대해 강의한 내용에 오류가 많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설민석의 강사 자질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설민석씨가 어려운 역사를 쉽고 흥미롭게 전달하는 능력이 있다는 점은 뭐, 워낙 그렇다고 하는 사람이 많으니 인정해야 할듯? 실제로 티비에서 몇번 봤을때 스토리텔링 능력은 뛰어난 사람인 것 같다. 그런데 음... 티비라는 매체의 특성 때문일수도 있지만 그 '스토리텔링'을 좀 과도하게, 매우 과도한 감동 확장/전달용으로 사용한다는 느낌을 받았던 건 나뿐인건지 궁금하다. 지식의 깊이는 둘째치고 약파는 장수 이미지가 너무 셌다..

직접 공무원 학원에서 강의하는 유투브 영상을 보고나니 확실히 대중 매체에 특화되어 있는 사람이긴 하다. 내용 전달도 잘하고 쇼맨쉽도 뛰어나고. 하지만 역사를 가르치는 방식에 대해서는... 나의 취향은 확실히 아닌 걸로. 어쩐지 티비에서 하도 설민석 설민석 할때 사실 나는 몇 번 호기심에 보다가 채널을 돌리곤 했다. 이번 '벌거벗은 세계사'의 강의 중 고대사 내용 오류 논란이 계기가 되어 설민석씨의 강의가 내 취향이 아닌 이유를 몇가지 정리해봤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일수도 있지만,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혹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도 의견을 나누고 좀더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눈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될까 싶어서 적어본다.

1. 과도한 감동의 확장 혹은 분노의 쓰나미 유도
원래도 한국사를 가르치던 사람인데, 티비에서는 유독 일제시대와 근현대 역사에 대해 강의하는 걸 많이 봤던 것 같다. 몇몇 강연 프로그램에서 주로 광복절 특집, 6.25 특집 등에 나와서 다른 출연자들에게 강의하는 걸 봤다. 일제 시대의 역사를 설명한다는 건 사실 '울화통이 치미는 사건을 종종 설명한다'는 것의 동의어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설명하다보니 이게 참 속이 터지는 일이죠' 하는 것과, '일제가 이러이러했으니 어찌 속이 안 터집니까'라고 하는 건, 미묘하지만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른 것과 같은 차이가 아닐까. 즉, 설민석씨는 처음부터 모두를 분노에 휩싸이게 만들어서 강의 말미엔 펄쩍 뛰도록 만드는, 그래서 누군가는 눈물이라도 흘리게 하는 아주 극적인 효과를 의도하고 강의 내용과 분위기를 구성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흥미롭게 재미있게 볼 수도 있지만... 글쎄. '역사를 가지고 극을 구성한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역사적 사건을 극적인 서사로만 풀어내는 것이(그리고 설민석씨는 거의 모든 티비 강연에서 이런 방식을 차용하는 것 같다) 과연 괜찮은 일일까. 나에게는 사실 이게 굉장히 쎄하게 다가와서 그가 하는 강의를 끝까지 보기가 좀 힘들었다. 오글거리는 느낌도 좀 강했고... 여튼 그래서 설민석씨가 하는 강연 프로그램을 끝까지 본 적이 별로 없다. (방금 전에도 벌거벗은 세계사를 호기심에 보다가 중간에 껐다. 주제는 '난징대학살') 

2. (온라인 강의에서의) 흐름/맥락이 실종된 암기법
최근 논란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수능이나 공무원 한국사 시험에서 잘 나가는 강사라고 하니까 인강에서는 어떻게 강의하는지 궁금해져서 유투브 강의영상을 찾아봤다. 그리고 그가 가르치는 암기법은 이런 식이다.

신석기시대 주요 유적지 암기법을 설명하면서,
"'신(석기)' 봉선('봉산 자탑리')이 '부산 동삼동'에 사는데 개그맨 되려고 '서울 암사동'으로 이사와 '양양(오산리)'으로 '온천(금산리)'가요."

신박하긴 신박하다.. [출처: 유투브 '설민석-공무원 한국사 암기 비법 특강']


보자마자 '진짜로 한국사를 이런식으로 외우게 한다고?' 라는 놀라움과 동시에 '근현대사까지 커버하면 이런 식으로 외워야 할 항목이 수백개는 될텐데 그걸 언제 다 외우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로 든 생각은 '창작하느라 애썼네'.


개인적으로는 역사 과목을 잘 하기 위해서는 흐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시험뿐만 아니라 역사를 이해하는 방식에서도 그렇다. 내가 고등학생일 때 들었던 다른 인강강사의 수업은 역사의 흐름과 이해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시대적인 큰 줄기를 설명하고 나서 디테일한 정보는 스스로 외우라고 하는 스타일이었다. 물론 흐름을 설명하면서 디테일도 빠짐없이 전달했고. (다음 수업시간에 물어봤는데 우물쭈물 대답 못하는 분위기면 한번 더 짚어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설민석씨처럼 새로운 문장(?)을 창조하면서 외우게 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훨씬 나에게 맞는 방식이었고, 이건 과목 공부 뿐만 아니라 모든 학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강민성쌤 짱. 갑자기 쌤 수업 듣고 싶다. 150강이 15강처럼 느껴지게 하는 쌤 능력 리스펙..)


어쩌다 보니 설민석씨를 좀 까는 글 처럼 되었는데.. 매체에 나와서 강의/강연을 하는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정당한 비판이 아닐까 한다. 뛰어난 내용 전달 능력은 당연히 인정하고, 학부가 연극영화과였다고 해서 역사 강의를 못할 것이라는 것도 편견이라고 생각한다. 다학제적인 인재 양성을 논하는 이 시대에 '학부 전공이 A니까 B는 못할거야'라고 단정짓는 것은 얼마나 협소한 생각인가. 그렇지만 강의를 할 때에는, 특히 역사에 대해 가르칠때는 무조건적인 암기보다는 통속적인 관점에서 역사를 설명하고 외우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무조건적인 암기와 지엽적인 이해로 습득한 지식은 금방 까먹기 마련이기에... 그리고 본래 자신의 분야가 아닌 세계사에 대해서 강의하는 것은, 뭐 한국사 공부하면서 세계사도 잘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도 당시 세계사의 흐름을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 쉽지 않으니... 그렇지만 본래 파던 분야도 아니고, 다수의 전문가들이 보기에 기본적인 내용 오류가 없도록 하러면 준비를 더 철저히 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티비에 나와서 하는 강의 방식에 대해서 '불호'인 것은.. 그냥 개인적인 취향일 수 있다. 그렇지만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는지도 사실 매우 궁금하다. '호'이신 분들은 어째서 '호'인지도 궁금하고.

여튼 오늘은 설민석씨에 대한 생각을 좀 정리해 봤다. 인간적으로는 어떤 사람인지 모르니... 여러 매체에서 보이는 그의 모습과 강의 방식에 대한 의견일 뿐, 사람에 대한 비난이 아니니 악플은 사절하겠고, 토론은 환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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