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한창 핀 지난 주말,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현재 격리 3일차

백신도 3차까지 맞았고, 집-회사-집-회사가 일상인데 어디서 걸렸는지도 확실치 않아서 깝깝하다. 

4월 9일 토요일 아침에 냥님 밥 주려고 7시쯤 눈을 떴는데 두통이 쎄하게 왔다. 

그 전날에도 두통이 약하게 왔었는데 요 며칠간 신경을 쓰던 업무 때문에 온 스트레스성 두통이라고 생각했다. 

두통약을 한 알 먹고 '다시 자면 괜찮겠지' 하고 누웠다가 11시에 깼더니 두통이 꽤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몸 상태가 이상했다. 목도 잠기고... 그날 저녁에 약속이 있었는데, 가기 전에 아무래도 확인을 해봐야겠다 싶어서 자가진단 키트를 꺼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난 코로나가 아닐 줄 알았다... 지난 주에 유독 스트레스가 심한 업무도 하나 있었고,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환절기에 옷을 얇게 입어서 퇴근길에 몇번을 바들바들 떨면서 온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냥 몸살이 났을 거라고만 생각했다. 지난주에 회사에서 한 분이 코로나에 확진되긴 했지만, 나는 직후에 한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이 나왔고 열흘 가까이 아무 증상이 없었어서 코로나일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더 충격적이었던 자가진단 결과... 

 

채취한 검체를 똑똑똑똑 떨어뜨리자마자 t자에 선명하게 줄이 생겼다..

이게 무슨 일이야... 

곧바로 병원에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했고, 양성 판정을 받아 약도 처방받아서 집에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는데 정말 너무 우울했다.. 하필이면 벚꽃이 활짝 핀 주간에 격리를 해야 한다니.. 

저녁 약속을 취소하는 것도 너무 짜증나고 서러웠다. 한달에 한두번 약속 잡을까말까 하는 중인데...

코로나 상관없이 잘 놀러다니는 사람들도 많은데, 집순이마냥 살던 내가 왜...? 

여튼 그래서.. 토요일부터 격리생활에 들어갔다.

같이 사는 냥님 외에 동거인이 없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와서 얼마 안 있다가 보건소에서 이렇게 문자가 왔다. 

이 문자를 받으니 제대로 실감이 났다.

아 나 코로나 걸렸구나.. 이제 꼼짝없이 격리해야 하는구나... 

벚꽃들아 이번 봄은 안녕.. 

 

#코로나증상

격리 1, 2일차에는 정말 두통과 오한, 인후통이 한꺼번에 몰려와서 죽을 것 같았다..

격리 3일차인 오늘, 두통과 오한이 많이 사라졌다. 또 다행히 아직까지는 후각이나 미각 상실도 없고 인후통이 심하긴 하지만 뭔가를 아예 못 삼킬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몸에 한기가 차는 느낌이 좀 있고, 목이 따끔따끔해서 말을 길게, 그리고 크게 할 수가 없다. 

목도 엄청 잠겨서 내 목소리가 내 목소리가 아닌 상태... 

그나마 쿠팡에서 주문한 스프레이형 프로폴리스를 목에다 뿌리고 나니 통증이 좀 가라앉는 것 같다. 근데 하품하거나 재채기하거나, 침을 삼킬때면 얄짤없이 아프다.

코막힘도 어제에 비하면 좀 줄어든 것 같고..그렇지만 기력이 없어서 아침에 잠시 냥님 밥 챙기고, 약을 먹기 위해 시리얼을 한 그릇 꾸역꾸역 먹은 후에 다시 오후 1시 넘어서까지 쥐죽은 듯이 잤다. 거의 하루종일 잔 것 같은 기분... 인데 또 잘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 쓰는 글도 소파에 기대어 자꾸만 어디로 가려는 정줄을 붙잡은 채 겨우겨우 쓰고 있다.. )

 

#코로나잠복기

사실 나는 잠복기가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이 안된다.. 약한 두통이 생긴 게 검사 하루 전날이었고, 원래 체질상 (그리고 성격상) 스트레스 받거나 잠을 제대로 못자거나 하면 두통과 미열이 올라오곤 했기 때문에... 감염소재로 의심되는 곳이 정황상 딱 한 군데 있긴 한데, 그게 거의 열흘 전이다. 오미크론 잠복기는 1-2일, 길어봤자 3-4일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진작 증상이 나타났어야 하는 것 아닌가.. (병원에서 오미크론이라고는 하지 않았지만 요즘 확진되면 거의 오미크론이라고 하니.. 그리고 심한 인후통을 동반하는 걸 보아 오미크론이 맞는 것 같다.)

 

여튼 이제 격리 3일째인데.. 원래 좀 집순이라 격리 자체가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벚꽃은 여전히 아쉽다) 사실 잠이 너무 잘와서 (아니면 기력이 빠진건가...) 낮 시간이 금방 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아파서 쉬는 김에 그동안 제대로 못 잔 잠을 몰아서 자는 것 같기도 하고... (이참에 실컷 자자는 긍정적인 마인드) 

격리기간에도 재택근무로 일은 할수 있는데, 일단 내일까지는 휴가를 내고 쭉 쉴 생각이다.

격리 해제된 이후에도 급격한 체력 저하 등 후유증의 가능성이 있다고 하니 일단은 몸을 챙기는데에 집중하려고 한다. 

같이 사는 냥님은 집사가 말을 많이 못하니까 엄청 심심한 눈치다. 참고로 고양이들에겐 코로나 바이러스가 옮겨가도 무증상이라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냥님과 마주할때는 항상 마스크를 쓰고 있다... 그냥.. 내 냥님에게 바이러스가 옮겨간다는 게 참을수가 없어서) 

이제 격리 4일 남았는데 인후통이 좀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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