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모가디슈 300만 관객 돌파 기념 포스터

2021년인 올해 여름에 개봉한 영화 모가디슈
코로나가 터진 후로 근 2년 간 영화관에 간 적이 없었다. 코로나가 가장 큰 이유였지만, 영화관을 안 가도 넷플릭스, 왓차 등등 볼거리가 많았기 때문일수도 있다.
여튼 영화관을 안 가니 원래 개봉때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인데, 최근 넷플릭스에 올라오고 나서야 볼 수 있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영화에 대한 만족도는 별 다섯개다.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천만 관객 넘어갔을 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주요 스토리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이 시작되던 시기, 정부군과 시민 반군이 충돌하는 모가디슈 한복판에서 남한과 북한 대사관 사람들이 함께 탈출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당시 거의 전쟁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전기와 식량이 끊기고, 자국과의 통신도 끊긴 상황에서 남북한이 이념을 넘어 생존을 위해 손을 맞잡는 모습이 그려졌다.


김윤석 배우가 연기한 한신성 소말리아 대사의 실제 모델인 강신성 前 소말리아 대사에 따르면, 실제로는 남북한 대사관 직원들이 함께 지낸 3박 4일 동안 이념으로 인한 충돌 상황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생존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는 상황에서도 처음에는 서로를 믿지 못하고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생명의 위협 앞에서도 이념의 갈등이란 얼마나 공고한 것인가 생각하게 한다. 이러한 이념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들이 남한 참사관 강대진(조인성 분)과 북한 참사관 태준기(구교환 분) 이다. 북한 대사관 일행들의 전향서를 위조하려는 강대진과 그를 발견한 태준기 간의 몸싸움은 마지막에 남북한 일행이 함께 이탈리아 대사관으로 피신에 성공하며 서로에 대해 애틋해졌을 때의 상황을 보다 극적으로 만들어주는 장치로 작용하기도 했다. 물론 그 중 한 명은 탈출 도중 안타깝게 사망했지만...


마지막에 케냐 공항에 무사히 도착해서 남북한 일행이 서로 모른 척하고 각자의 케냐 대사관 일행들을 향해 가야 하는 장면에서 분단이라는 현실이 다시금 실감났다. 생사의 기로에서 협력해서 함께 살아 돌아온 사람들과 다시는 인사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니. 구조기에서 내려 서로의 안위를 위해 서로 모른체 해야 하는 한신성 대사와 림용수 대사(허준호 분), 그리고 남북한 일행들의 모습에서 짧은 한숨이 나올 수밖에.


영화 후기 중 소말리아의 상황이 최근 아프가니스탄을 연상케 한다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상황은 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전쟁 상황이 민중들의 삶을 얼마나 파괴하는지, 평화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통해 지켜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 평화가 깨졌을 때의 대가가 얼마나 참혹한지 알 수 있다.

세계사에서 아프리카 대륙은 강대국들의 야망과 욕심에 의해 수난을 가장 많이 당한 지역 중 하나이고 그로 인한 부작용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영화의 배경인 1991년 이후 소말리아는 현재까지도 내전 지역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여행금지국으로 지정되어 있다. '소말리아'라고 하면 '해적', '내전' 같은 단어를 연상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한반도도 어쩌면 아프리카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힘으로 움직이는 국제정치의 역학 안에서 스스로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분단이라는 현실을 맞이한 한반도와, 세계 열강에 의해 이용당하고 멋대로 국경선이 그어진 아프리카 대륙의 상황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반도의 분단과 소말리아의 혼란한 국가적 상황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남북한이 낯선 땅에서 마주한 위협에 보여준 동포애, 카체이싱 씬에서는 추격스펙터클한 긴장감까지 놓치지 않은 영화였다.

최근 웹상을 핫하게 달구고 있는 오징어 게임...

나도 봐버렸다... 

오징어게임이 '한국판 쏘우'라는 평을 봤었다. 쏘우 시리즈를 보지는 않았으나 아마 스토리 구조의 설정이 비슷하다는 얘기인 듯 하다. 나는 찌르고 피 튀기는 걸 잘 못 봐서 거의 눈을 반은 가리고 봤던 것 같다. 사실 1화를 보고 그만 볼까 하다가... 그것은 불가능한 일임을 깨닫고.. 결국 일주일간 정주행하고야 말았다. 각 회마다 기가 막힌 타이밍에 딱 끊어버려서, 평일에는 하루에 하나씩 보는게 정말 쉬운일은 아니었다. 

일단 배우들만 놓고 보자면, 이정재 배우가 진짜 연기를 잘했고 다른 배우들도 모두 감정연기가 탁월했다. 심지어 아역배우들도 연기를 너무 잘해... 박해수, 정호연 배우는 오징어게임으로 인지도가 확 올라간 것 같다. 마스크도 너무나 매력적인 배우들이니 앞으로도 여러 작품에서 더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사실 이정재 배우가 나온 영화를 꽤 많이 봤던 것 같은데, 이번 작품인 오징어게임에서 어쩐지 그의 연기를 처음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이정재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검색해 봤더니, 내가 본 영화만 해도 다섯 손가락이 넘어갔다. 암살, 관상, 도둑들, 신과함께1-2, 사바하... 아마 여러 다채로운 캐릭터로 나오다 보니 이전의 이미지와 매치가 잘 되지 않아서일수도. 이정재는 정말 변화무쌍한 캐릭터를 넘나들며 연기를 해온 배우인가보다. 

스토리는 좀 아쉬웠다.. 예측가능한 요소들이 너무 많아서 그 다음 전개가 뻔히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여성 캐릭터들을 다루는 방식은 좀 많이 아쉬웠다. 물론 배우들은 연기를 너무 잘 했다. 다만 아직까지 미디어에서, 특히 영화나 드라마에서 여성 캐릭터들을 다루는 방식이 여전히 성적 대상화라는 틀 안에서 이뤄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우리나라만 그런건 아니고 전세계 공통인 듯 하다.) 그거 아니면 다르게 표현할 방법은 없는지.. 인간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위한 장치였다는 생각도 잠깐 들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쉽긴 하다. 그럼 본성이라는 명목 하에 그러한 진부하고 폭력적인 서사를 계속 가져갈 것인가.. 

아쉬운 포인트가 있긴 했지만 대체로 흥미롭게 볼 수 있었고, 캐릭터들의 성격이 대부분 인간의 입체적인 면을 잘 표현한 점도 좋았다. 그런 캐릭터들에 어울리는 배우들의 연기도 찰떡이었고.. 넷플릭스에서 지금 흥행 1위인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크라프트 연습장에 그려본 오징어게임 로고(?) 

영화 써니 포스터 (출처: 다음 영화)

넷플릭스 추천영화에 떠 있길래 오랜만에 레트로 감성에 빠져볼까~ 하며 봤던 영화 <써니>.

 

별 다른 생각없이 봤는데 이전에 봤을 때와는 또다른 감동이 올라왔다. 

 

예전에는 어린 시절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에 집중을 했었는데, 시간이 좀 흘러서 보니 어른 시절의 이야기에 더 몰입하고 때로는 울컥하면서 보게 되더라.

 

성격, 관심사, 하고 싶은 일이 각각 다른 개성이 넘치는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는 현실에 치이거나 순응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생각했다. 

 

어린 시절에 써니 멤버들이 어른이 된 자신에게 전하는 영상 편지 장면에서 중학생 시절, 고등학생 시절의 나는 꿈이 뭐였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는지 떠올려보려고 했지만 어쩐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어쩌면 그 시절에 꾸던 꿈들은 소소한 것들이라 그럴수도. 거창한 꿈이 아닌 소소한 행복과 꿈을 찾던 아이는 어디 가고, 지금은 하루하루 살아내기 바쁘고, 주말의 끝자락에서 월요병에 시달리는 직장인이 되었다. 그래도 <써니>를 보며 나의 마음 속 한켠에도 남아있는 추억들을 떠올려보게 됐다. 

 

우정, 첫사랑, 장래희망, 꿈, 그리고 죽음이라는 아픔까지, 삶의 가지각색을 보여줬던 <써니>. 오랜만에 마음이 말랑말랑해진 영화였다. 

 

#써니 #영화써니 #영화리뷰 #Sunny #Movie #Review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포스터(출처: 네이버영화)

 

대학원에 들어간 첫 학기에 planning for uncertainty and risk 라는 과목을 들었는데, 그 수업에서 무슨 내용을 배웠었는지 기억을 되살려 볼 일이 생겼다. (대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한 것 같긴한데.. 수업시간마다 당최 뭘 배웠는지 기억이 희미해지고 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수업 때마다 제출했던 에세이를 살펴보던 중에 이미테이션 게임[The imitation game(2014)](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2월 개봉)이라는 영화 이야기를 써놓은 에세이 한 편을 발견했다. 안그래도 영화 관련 포스팅을 곧 올리고 싶었는데ㅋㅋ 이게 웬 떡이냐(!) 그래서 이번 포스팅은 그때 제출한 에세이 내용에 주로 기반을 두고 작성됐다. 

이 수업에서는 불확실성(uncertainty)와 위험(risk)를 측정하고 위험 관리를 위한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 대한 사회학적 이론이나 연구들에 대한 내용을 많이 다뤘었다. 위험관리라고 하니 왠지 위험요소를 측정하고 뭔가 위험 가능성을 숫자로 표시하는 방식을 배우는 등의 소위 '이과'스러운 내용을 배웠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은 거의 사회학 이론에 기반해서 소위 매우 '문과'스러운 방식으로 현대 사회에 존재하는 위험에 대해 분석하고 비판하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막판에는 울리히 백, 막스 베버 같은 사회학자들의 저서를 읽으라 해서 엄청 진을 뺐던 기억이.... (심지어 울리히 백은 양이 너무 많아서 번역본을 읽으려는 꼼수를 쓰다가, 번역이 너무 엉망진창이라 원서로 다시 돌아갔다는 슬픈 이야기)

여튼 수업이 너무 터프해서 눈물 쏙 뺀 이야기는 차치하고, 이미테이션 게임이라는 영화 이야기를 수업에 제출하는 에세이에 썼던 이유는 이 영화가 위험 평가(risk assessment)와 위험 관리(risk management)가 현실에서, 특히 제 2차 세계대전 같은 극한 상황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람의 목숨 대(vs) 전쟁에서의 전략적 승리' 중 어떤 쪽이 더 우선시 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사실 이 영화의 감상평에는 주로 앨런 튜링(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인간적인 외로움과 고뇌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은데, 수업에서 제출한 에세이에는 수업과 관련된 내용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앨런 튜링의 위험 평가자로서의 역할에 좀 더 비중을 두어서 썼던 것 같다. 

제 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을 비롯한 연합군은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독일 나치의 군대를 상대하고 있었는데, 독일을 이기기 위해서는 그들이 가진 강력한 군사 암호체계(anigma)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영국 정부에서 앨런 튜링을 비롯한 전국의 천재 수학자들을 모아 몇 년 동안 독일의 애니그마를 풀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결국 튜링과 조안(키이라 나이틀리)을 비롯한 수학자들은 암호해독 기계를 발명해낸다. 이 기계가 바로 '튜링머신', 즉 세계 최초의 컴퓨터라고 한다.

하지만 튜링은 암호를 즉각적으로 해독해서 공격을 막아내면 독일군이 자신들의 암호체계 시스템이 밝혀졌음을 인지하고 새로운 암호체계를 만들어낼 것을 우려했다. 그래서 결국 암호해독기를 만들어내고도 장장 2년동안 매일 전투에서 누가 죽고 누가 살지 전략적인 결정을 내려야 했고 결국 연합군의 승리를 이끌어낸다. 말이 전략이지, 사실은 거기에 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달려있었음을 생각하면 상황실에서 암호를 풀고 있던 수학자들의 마음이 결코 편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후 전쟁은 2년 더 지속되었다. 그리고 매일 우리는 피로 물든 계산을 해야했다. 누가 살고, 누가 죽을 지 결정했다. 매일 우리는 연합군의 승리를 도왔지만, 아무도 알지 못했다. 스탈린그라드 전투, 아르덴 전투, 노르망디 상륙작전, 그 모든 승리들이 우리가 제공한 정보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어디서 어떻게 공격이 시작될지를 아는데도, 독일군이 암호체계를 들켰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새로운 암호체계를 만들어내어 그동안의 암호해독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결국 전쟁이 장기화되어 더 큰 피해가 발생하는, 그런 더 큰 위험을 피하기 위해 매일 '오늘은 누가 죽고 누가 살아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위험 평가자이자 위험 관리자였던 앨런 튜링과 동료 수학자들의 상황은 인간적으로 참 잔인했다. 영화를 본 지 꽤 오래되어 기억이 정확하게 나지는 않지만 중간에 한 동료 수학자의 가족 한 명이 전투에서 전략적으로 죽어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전체 연합군의 승리를 위해 결국 가족을 희생시켜야 했던 그 수학자의 심정이 대체 어땠을지 상상하기 어렵다. 개인에 초점을 맞추었을 때에는 앨런 튜링의 인간적인 면모와 외로움, 당시 호모섹슈얼에 대한 사회의 시선과 핍박, 수학자로서의 천재성, 시대 상황에 초점을 두고 보면 인간의 생명마저 위험 관리항목과 전략의 한 부분으로 들어가는 전쟁의 잔인함을 느낄 수 있었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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