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여기 있다.


고양이는 참 속마음을 쉽게 알기 어려운 생명체다. 흔들어대는 낚싯대를 신나게 쫓아다니며 놀다가도, 금새 낚싯대에 질려서 다른 걸 흔들어주지 않으면 반응해주지 않는다. 다른 고양이들 잘 먹는다는 습식 캔을 사와서 줘봐도 특정 타입의 습식이 아니면 먹지 않아서 결국 동네 길고양이들이나 이웃집 고양이에게 캔을 선물한 적도 있다. 참고로 우리 오레오는 그레이비 소스 타입의 습식 캔만 좋아하고, 무스 타입이나 플레이크 타입은 입에 대지 않는다. 그래도 하나 확실한건, 오레오는 나를 많이 좋아하는 순둥이라는 사실이다. 나도 가끔 놀랍다. 저렇게 손 내밀고 부르면 오는 고양이는 인스타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내 옆에도 실재하는 고양이였다니. 물론 가끔 내가 자기를 내버려두고 오랫동안 딴짓을 하고 있거나 하면 실망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내가 오라고 해도 안 올때도 있다. 그렇지만 이 글을 쓰는 와중에 손을 들어 오라고 했더니 약간 망설이는 듯 하더니 내 옆으로 다가온 오레오를 보니 확실히 이 아이는 나를 좋아하는 게 맞다.

가끔 이렇게 나를 좋아해주는 고양이와 함께 있다보면, 문득 언젠가 이 녀석이 나를 떠났을때의 공허함이 얼마나 클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아직은 먼 미래라고 생각하며 애써 그런 부정적인 상상을 떨쳐내지만 세월은 항상 우리의 기대보다 빨리 지나가는 것만 같다. 예기치 못한 상황도 발생할 수 있고.. 그렇지만 일어나지 않은 일에 매몰되기보다는 지금 현재 이 시간과 공간에서 내가 이 작은 아이와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충분히 누리는 데에 집중하고 싶다.

2020년 12월 28일,
세상에서 하나뿐인 고양이와 마주했다. 
 
까만 털과 하얀 털이 섞인 턱시도 냥이의 모습이 마치 까만 샌드 사이에 하얀 크림이 들어간 과자 오레오를 생각나게 해서, 오레오라고 이름을 붙여줬다. 항간에 어떤 썰에 의하면, 반려동물에게 음식 이름을 붙여주면 오래 산다나 뭐라나. 꼭 그런 걸 믿어서 과자 이름을 붙인 건 아니지만, 오레오라는 이름이 왠지 이 녀석과 꼭 어울렸다. 
 

집사야 나 좀 보라냥!


오레오랑 산 지도 벌써 햇수로는 4년차, 만으로는 3년을 넘겼다. 집에서 사는 고양이들은 대부분 영양 상태도 좋고 위험요인도 많이 줄어 강아지들 마냥 한 20년 가까이도 산다고 한다. 그렇지만 벌써 오레오와 몇 년을 살다보니 왠지 더 세월이 가기전에 이 녀석과 함께 한 시간들을 기록으로 남겨놔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컴싸 발. 끈 절대 놓치지 않을거예요.


그래서 오늘부터 이 블로그 공간에서 육묘일기를 시작해본다. 매일은 어렵겠지만 일상속에서의 귀여운 오레오와의 추억을 자주 한 조각 한 조각씩 남겨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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