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

이처럼 내가 여러분에게 그 소행성 B612에 관해 상세히 말하고 그것의 번호를 털어놓은 이유는 어른들 때문입니다. 어른들은 계산하기를 좋아합니다. 여러분이 그들에게 새로운 친구에 관해 말할 때, 그네들은 본질적 문제에 관해선 결코 묻지 않습니다. 그네들은 결코 이렇게 말하지 않는 것이죠. "그애 목소리 톤은 어떠니? 그애가 좋아하는 게임은 뭐니? 그애는 나비를 수집하니?" 그네들은 여러분에게 이렇게 물을 겁니다. "그애 나이는 몇 살이니? 형제는 몇 명이니? 몸무게는 얼마니? 단지 그것만으로 그를 알았다고 믿는 것이죠. 만약 여러분이 그 어른들에게, "나는 장미덩쿨 담장이 있는 예쁜 집을 봤어. 창가에 제라늄 화분이 있고, 지붕에는 비둘기 집이 있는..."이라고 해도, 그네들은 그 집의 이미지를 떠올리지 못할 겁니다. 그들에게는 이렇게 말해야만 하죠. "나는 십만 프랑짜리 집을 봤어." 그때서야 그네들은 소리칠 거예요. "정말 멋지구나!"

그러니, 만약 여러분이 그네들에게, "어린왕자가 존재했다는 증거는 그가 매혹적으로 웃었고 양 한 마리를 원했다는 거야. 누군가 양 한 마리를 원할 때면, 그것이 누군가 존재했다는 증거지."라고 한다면, 그네들은 자신들의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여러분을 어린애 취급할 거예요! 하지만 만약 그네들에게 "그가 떠나온 그 별이 소행성 B612야."라고 하면 그때는 납득하고, 여러분을 그들의 질문으로부터 혼자 있게 내버려 둘 거예요. 그네들은 그와 같아요. 그들을 원망해서는 안 돼요.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정말 관대해야만 하는 거예요.

 

- <어린왕자>로 본 번역의 세계, 생텍쥐페리/이정서 역, 65-67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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